전세 계약, 등기부등본만 보면 놓칩니다 — 임대인이 제시할 ‘의무’가 있는 두 가지
전세 계약 전에 등기부등본을 떼어 근저당을 확인하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됐습니다. 그런데 전세사기 피해 사례를 보면, 등기부등본이 깨끗했던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실제 위험 요소 중 두 가지가 등기부에 기록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나보다 먼저 보증금을 받아 갈 선순위 임차인들의 보증금 총액이고, 다른 하나는 경매에서 내 보증금보다 앞서 배당되는 임대인의 세금 체납액입니다.
이 둘은 물어봐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물어볼 수 있는 근거가 법에 있습니다.
체크포인트
- 1호: 해당 주택의 확정일자 부여일·차임·보증금 등 정보 — 선순위 임차인이 얼마를 걸어 두었는지가 여기서 드러납니다.
- 2호: 국세·지방세 납세증명서 —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입니다.
- 임대인은 서류를 직접 주는 대신 열람에 동의하는 방식으로 갈음할 수 있습니다.
- 계약 후에는 임차인이 임대인 동의 없이도 세무서에서 미납국세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1 등기부등본이 못 보여 주는 것
등기부등본에는 소유권과 등기된 권리가 적힙니다. 근저당권, 가압류, 신탁 같은 것들이죠. 반대로 말하면 등기되지 않는 것은 안 보입니다.
가장 큰 사각지대가 다른 임차인들의 보증금입니다. 다가구주택처럼 한 건물에 여러 세대가 사는 경우, 앞서 들어온 임차인들이 확정일자를 받아 두었다면 그들이 나보다 먼저 배당받습니다. 등기부에는 한 줄도 안 나옵니다. 근저당이 없어도 선순위 보증금 합계가 이미 집값에 육박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가 세금 체납입니다. 임대인이 국세를 체납했다면 그 세금이 경매 배당에서 임차인의 보증금보다 앞설 수 있습니다. 이것도 등기부에는 안 나옵니다.
그래서 “근저당 없으니 안전하다”는 판단은 절반만 본 것입니다. 나머지 절반을 보는 방법이 제3조의7입니다.

| 확인 대상 | 등기부등본 | 제3조의7로 확인 |
|---|---|---|
| 근저당·가압류·신탁 | ○ | — |
| 선순위 임차인 보증금 | ✕ | ○ (확정일자 부여일·차임·보증금 정보) |
| 임대인 국세·지방세 체납 | ✕ | ○ (납세증명서 또는 열람 동의) |
2 어떻게 요구하나 — 두 가지 방식
조문은 임대인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줍니다. 서류를 직접 제시하거나, 열람에 동의하는 것입니다.
1호(선순위 임대차 정보)는 임대인이 확정일자 부여기관에 정보제공을 요청해 받은 자료를 보여 주거나, 임차인이 열람할 수 있도록 동의하는 방식입니다. 2호(세금)는 납세증명서를 제시하거나, 미납국세·체납액 열람과 미납지방세 열람에 각각 동의하는 방식입니다.
실무에서 매끄러운 순서는 이렇습니다. 계약서를 쓰기 전에, 공인중개사를 통해 “제3조의7에 따라 선순위 임대차 정보와 납세증명서를 확인하고 싶다”고 미리 전달하는 것입니다. 법이 정한 의무이므로 이상한 요구가 아니고, 중개사도 설명할 의무가 있는 사항입니다.
여기서 거부하거나 미루는 임대인은 그 자체가 신호입니다. 떳떳하면 미룰 이유가 없습니다.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이 단계에서 막히면 다시 생각하는 편이 낫습니다.
3 확인한 뒤에 계산해야 하는 것
정보를 받았다면 계산은 단순합니다. 선순위 보증금 합계 + 근저당 채권최고액 + 체납 세금이 내 보증금보다 앞섭니다. 이 합계에 내 보증금을 더한 금액이 집값을 넘거나 육박하면, 경매로 갔을 때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집값은 매매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보수적으로 잡아야 합니다. 경매에서는 시세보다 낮게 낙찰되는 것이 보통이므로, 시세를 그대로 쓰면 위험을 과소평가하게 됩니다.
안전마진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선택지는 셋입니다. 계약하지 않거나,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섞거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하는 것입니다. 보증은 가입 요건이 따로 있어 위험한 매물일수록 가입이 거절될 수 있는데, 그 거절 자체가 판단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4 계약 당일과 그 이후에 할 일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전입신고 + 확정일자로 확보됩니다. 그리고 대항력은 전입신고한 다음 날 0시부터 생깁니다. 이 하루의 틈이 실제 사고 지점입니다 — 잔금을 치른 당일에 임대인이 근저당을 설정하면 그 근저당이 앞섭니다.
그래서 특약에 “잔금일 다음 날까지 근저당 설정 등 권리변동을 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문구를 넣고, 잔금 치르기 직전에 등기부등본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 표준적인 방어입니다. 계약할 때 뗀 등본은 그날의 상태일 뿐입니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는 잔금 당일에 처리하세요. 이사가 며칠 뒤라고 미루면 그 사이가 무방비입니다. 확정일자는 온라인으로도 받을 수 있습니다.
계약 기간 중에도 임대인이 바뀌거나 근저당이 새로 설정될 수 있습니다. 대항력을 갖춘 뒤라면 순위가 유지되지만, 상황을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은 다릅니다. 1년에 한 번쯤 등기부를 확인해 두면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이 빨라집니다.
5 흔한 실수와 바로잡는 법
실수 1
“근저당 없으니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것 — 선순위 보증금과 세금 체납은 등기부에 없습니다.
실수 2
정보 요구를 실례라고 생각하는 것 — 제3조의7은 임대인의 의무입니다.
실수 3
계약할 때 뗀 등기부등본만 믿는 것 — 잔금 직전에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실수 4
전입신고·확정일자를 이사 날짜에 맞춰 미루는 것 — 잔금 당일에 끝내세요.
실수 5
보증금을 못 받은 채 먼저 이사 나가는 것 — 임차권등기명령이 먼저입니다.
오늘 바로 해볼 것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중개사에게 이렇게 전하세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7에 따라 선순위 임대차 정보와 납세증명서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받은 숫자를 근저당과 합쳐 집값과 비교하는 것까지가 한 세트입니다.
FAQ 자주 묻는 질문
임대인이 정보 제시를 거부하면 어떻게 되나요?
법은 제시 의무를 정하고 있으므로 요구 자체가 정당합니다. 거부한다고 계약이 자동으로 무효가 되지는 않지만, 임차인 입장에서는 계약하지 않을 이유가 됩니다. 실무적으로는 거부 자체를 위험 신호로 보고 물러서는 것이 가장 안전한 대응입니다.
다가구주택과 다세대주택은 무엇이 다른가요?
다세대주택은 호실별로 등기가 나뉘어 있어 내 호실의 권리관계를 등기부에서 볼 수 있습니다. 다가구주택은 건물 전체가 하나의 등기라, 같은 건물의 다른 임차인 보증금이 등기부에 드러나지 않습니다. 선순위 임대차 정보 확인이 특히 중요한 쪽이 다가구입니다.
계약 후에도 세금 체납을 확인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계약을 체결한 뒤에는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 없이도 세무서를 방문해 미납국세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미 계약금이 나간 상태라 선택지가 줄어들므로, 확인은 계약 전에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핵심 요약
- 전세사기의 실제 원인인 선순위 보증금·세금 체납은 등기부등본에 나오지 않습니다.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7이 이 둘을 임대인의 제시 의무로 정해 두었습니다.
- 받은 숫자를 근저당과 합산해 집값과 비교하는 것까지가 확인입니다.
- 잔금 직전 등기부 재확인, 잔금 당일 전입신고·확정일자가 마지막 방어선입니다.